1종보통 수동 차량으로 운전면허 취득을 앞두고 계신 분들은 기어 변속의 필요성과 RPM의 개념에 대해 미리 숙지하시는 것이 운전을 배우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본문에서는 다소 복잡할 수 있는 위 개념들을 간략히 풀어 이해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수동 기어 변속의 필요성
기어 변속은 흔히들 말하는 기어를 바꾸는 것을 의미합니다. 자전거와 마찬가지로 자동차에도 여러 단수의 기어가 마련되어 있는데요, 운전자는 차량의 주행 상황을 고려해 적절한 기어를 선택해주어야 차량이 무리없이 달려나갈 수 있습니다.
자동변속기 vs 수동변속기
먼저 자동변속기 차량은 주행 중 변속 과정을 자동차가 모두 알아서 하기 때문에 운전자가 따로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됩니다. 운전자는 단지 전진(Drive), 후진(Reverse), 중립(N) 또는 주차(Parking) 위치에 기어봉을 위치하면 됩니다. 따라서 주행중 운전자는 기어를 Drive에 위치해두면 출발부터 고속주행까지 자동차가 도로의 상태(기울기)와 차량의 속도를 고려해 최적의 기어비로 그때그때 변속(기어를 바꿈)합니다.
반면 수동변속기 차량은 주행 중 1단~6단(또는 5단)까지 구분되는 기어를 운전자가 직접 그때그때 바꿔줘야 합니다. 만약 기어를 변경하지 않고 출발상태에서 그대로 달리면 어떻게 될까요? 1단 기어로 출발해 악셀레이터를 열심히 밟으면 엔진이 굉음을 내며 속도를 올리긴 하겠지만, 일정 수준의 속도에 도달하면, 엔진만 시끄러울 뿐 더이상 차량의 속도가 오르지 않을 것입니다. 이때 계기반의 RPM 바늘은 5~6천을 가리키며 일명 레드존에서 움직이고 있을 것이며, 자동차는 기름만 쭉쭉 축내는 상태가 됩니다.
자동차 동력 전달 과정
앞서 본 것처럼 기어변속을 하지 않으면 운전자가 원하는 속도에 이를 수 없으며, 오히려 불필요한 기름만 더욱 소모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왜 1단기어에서는 시속 100km/h의 고속주행이 불가하며, 꼭 운전자는 기어변속을 해야 하는 걸까요?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동차 동력 전달 과정에 대해 간략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자동차가 움직이기 위한 힘의 근원은 바로 엔진입니다. 엔진은 가솔린 또는 경유에 불을 붙여 폭발하는 힘으로 움직이는데요, 이 힘을 자동차 바퀴에 전달하면 바퀴가 회전하면서 자동차가 움직이게 되는 것입니다. 즉 자동차가 움직이기까지 다음과 같은 3단계의 동력 전달 과정이 필요합니다.
- 동력발생 : 엔진 (RPM으로 발생동력 조정)
- 동력전달 : 기어 (기어비 조정으로 전달되는 속력/힘 결정)
- 동력변환 : 바퀴 (회전에너지 > 자동차의 직/후진)
본문에서 다루는 기어 변속은 바로 위 3단계 동력 전달 과정 중 2번째에 해당하는 부분입니다. 즉, 기어 변속은 엔진에서 발생한 동력을 자동차 바퀴까지 전달할 때 엔진의 회전수 대비 바퀴의 회전수가 얼마가 되게 할 지를 운전자가 결정하는 것입니다.
기어 변속 : 엔진 RPM vs 바퀴 회전수
위에서 기어변속이 엔진에서 발생한 동력을 바퀴로 전달할 때, 엔진 회전수 대비 바퀴 회전수를 결정하는 행위라고 했습니다. 아래에서는 엔진 회전수와, 바퀴 회전수에 대해 상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엔진 RPM
엔진의 회전수는 주로 RPM(Rotation per Minute)으로 표기하는데요, 이는 운전자에게도 매우 중요한 정보기 때문에 차량 계기반에도 속도계와 함께 표기되는 수치입니다.
RPM을 풀어서 보면 말 그대로 1분당 엔진이 회전하는 횟수입니다. 일반적으로 계기반에는 앞자리 숫자만 적혀있으며 계기반 중앙 또는 하단에 작게 x 1,000으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계기반의 RPM 바늘이 1, 2, 3 등을 가르키는 것은 각각 1,000, 2,000, 3,000 rpm으로 엔진이 회전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바퀴 회전수
바퀴의 회전수는 차량의 정보창에 따로 표기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바퀴의 회전수는 실제로 굉장히 중요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데요, 바로 차량의 속도 및 주행거리를 계산하는 근거가 되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차량마다 기본 휠과 타이어의 사이즈가 세팅되어 있기 때문에 해당 차량이 출고될 때 표준 휠, 타이어 장착시 바퀴의 둘레(pi*지름)이 정해져 있습니다. 따라서 자동차 바퀴가 1바퀴 회전할 때마다, 자동차는 바퀴의 지름만큼 이동했다고 가정할 수 있습니다. 자동차의 속도계는 이 정보를 기준으로 차량이 시간당 얼마만큼의 거리를 이동하는지를 실시간으로 계산하여 속도를 표기하는 것입니다.
만약 기어 변속이 없다면?
자 그럼, 만약 기어가 없는 차량, 즉 엔진에 바로 바퀴가 달린 차량이 시속 100km/h의 속력으로 달리는 상황을 가정해보겠습니다. 자동차 휠은 18인치, 타이어 폭과 편평비는 245/60으로 가정한 뒤 계산기를 통해 각각의 수치를 계산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바퀴 직경 = 휠(18인치) + 24.5*0.6*2 = 45.7cm + 29.4cm = 75.1cm
- 바퀴 둘레 = 75.1cm * 원주율 = 235.9cm
바퀴의 둘레는 대략 2.4m정도 되는 것으로 계산할 수 있습니다. 총 100km의 거리를 달리기 위해 바퀴가 몇번 회전해야하는지 계산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100km 이동시 바퀴 회전 수 = 100,000m/2.4m = 41,666회
- 100km/h 주행시 엔진 RPM = 41,666 rotations / 60 minutes = 694 RPM
즉, 기어변속이 없이 엔진=바퀴 회전수가 같을 때 1분간 약 700회 정도 엔진이 회전하면 시속 100km/h의 속력으로 자동차가 움직이게 됩니다.
그래서 기어 변속이 왜 필요한가?
단순 계산으로 시속 200km/h의 속력을 내기 위해서는 엔진이 1,400 rpm으로 회전하면 되고, 시속 50km/h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엔진이 350 rpm으로 회전하면 되는데, 왜 자동차에 굳이 기어를 만들었을까요?
자동차가 평지가 아닌 언덕을 달리는 상황을 생각해보겠습니다. 기어가 없는 차량이 언덕길에서 시속 100km/h의 속력으로 달리기 위해서 이론적으로 엔진은 여전히 분당 700회를 회전하면 됩니다. 하지만 언덕에서는 차량의 무게에 의한 중력을 그만큼 더 받기 때문에 엔진이 똑같이 700회를 회전하기 위해서는 평지에서보다 더 큰 힘을 내야합니다.
같은 상황을 자전거를 통해 비교해보겠습니다. 자전거에서는 자동차의 엔진과 동일한 역할을 하는 곳이 바로 사람의 다리입니다. 평지에서 자전거를 몰던 속도로 똑같이 언덕길에서 자전거를 몰기 위해서는 다리가 페달을 차는 속도가 동일해야합니다. 하지만 언덕이 심할수록 다리에 걸리는 부하(필요한 힘)은 더더욱 커지게 됩니다. 낮은 언덕은 그럭저럭 치고나갈 수 있지만 언덕이 너무 가파르다면, 결국 다리가 그 힘을 온전히 내지 못하고 페달이 느려지고 속력은 줄어들게 됩니다.
자동차 엔진도 마찬가지인데요, 엔진이 낼 수 있는 출력(힘)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언덕길 등에서도 회전수를 유지하는데는 한계가 있고 그 이상의 힘이 필요할 때는 결국 회전수를 다 내지못하고 차량의 속력이 줄어들게 됩니다. 심한 경우 속력이 줄어드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언덕길에서 차량이 뒤로 밀려버리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런 위험한 상황을 방지하고 언덕과 같은 외부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기어 변속입니다. 같은 이치로 자전거 또한 기어변속이 가능한데요, 자전거를 오래 타신 분들은 평지와 언덕에서 기어비를 다르게 조절하여 다리에 오는 부담을 줄이기도 하고, 고속 주행시에는 기어를 조금더 느슨하게 풀어 적은 힘으로 탄력주행을 하기도 합니다. 자동차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내연기관의 힘이 사람의 근력에 수천배에 달하는 강력한 힘이라 할지라도, 수천키로그램 이상의 무게를 자랑하는 차량을 움직일 때는 정해진 힘의 한도 내에서 그 힘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따라서 운전자는 기어 변속을 통해 엔진의 힘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상황에 맞게 운용해줘야 자동차에 무리가 가지 않고, 부드러운 주행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